산은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바라보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우영에게 처음 자전거를 배웠던 날로부터 몇 주나 지났다. 다시 만나 마지막 남은 보조 바퀴를 떼기로 했던 날, 우영은 일이 생겼다며 갑자기 약속을 취소했다. 덕분에 자전거를 끌고 공원에 미리 나와 있던 산은 털레털레 돌아가야만 했다. 의문스러웠던 기대감과 실망감을 곱씹으면서.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은 곧 의문과 불안으로 점철되었다. 우영은 여전히 소란스러운 곳의 가운데에 있었고, 여전히 산과 자주 마주쳤다. 그러나 인사를 건네는 법이 없었다. 큰 소리로 웃다가 얼핏 산과 눈이 마주치더라도 곧 착각이었나 싶을 만큼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일이 몇 번이 반복되었다. 산은 먼저 인사를 하려 들어 올렸던 팔을 멋쩍게 내리며 우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伞躺在床上,望着那辆带辅助轮的自行车。自从友荣第一次教他骑自行车已经过去了好几周。原本约好再见面时要拆掉最后一个辅助轮的那天,友荣突然说有事,取消了约定。结果,伞只能推着自行车,垂头丧气地从公园回家。回味着那份疑惑的期待和失望。所有的情感很快就被疑惑和不安所取代。友荣依然在喧闹的地方中央,依然经常和伞碰面。然而,他从未主动打招呼。即使大声笑着,偶尔和伞对上眼神,也会自然地转头,让人觉得那只是错觉。这种情况重复了几次。伞尴尬地放下本想打招呼的手臂,望着友荣的背影。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던가. 마지막 만남이었던 지난 술자리를 떠올려 보았다. 성화와 우영이 담배를 피우러 간 사이에 홍중과는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성화가 거칠게 문을 열며 들어왔고, 우영이 굳은 얼굴로 뒤따라 들어왔었다. 둘이 싸웠나. 홍중과 산이 싸늘해진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사이 성화가 먼저 겉옷을 챙겨 들었다. 홍중이 뭐 하는 거냐고 불만 섞인 물음을 던졌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성화는 홍중의 겉옷을 제가 챙겨 들며 산에게 턱짓했다. 그대로 자리가 끝났다. 이후 어떤 싸움도, 변명도 없었다. 성화가 분을 삭이는 표정으로 계산을 하는 사이 홍중은 욕을 하며 성화를 따라 나갔다. 우영은 일어나지 않고 자리에 앉아 빈 잔에 술을 따랐다. 산이 주저하는 사이 문 앞에 선 성화가 산을 크게 불렀다. 산아, 가자고. 그때 따라나서서 화가 났나? 근데 네가 그랬잖아. 가라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그런데 얘기할 틈을 주지 않고 빽빽하게 닫혀버린 건 뭐냔 말이다. 산은 돌아누워 눈을 감아버렸다.
我是不是做错了什么?我回想起最后一次见面的那次喝酒聚会。성화和友荣去抽烟的时候,我和弘中聊了聊积压已久的话题。然后성化粗暴地推门进来,友荣面色凝重地跟在后面。他们俩吵架了吗?在弘中和伞试图弄清楚冷淡的气氛时,성화先拿起了外套。弘中不满地问他在干什么,但没有得到任何回答。성化拿起弘中的外套,朝伞点了点头。聚会就这样结束了。之后没有任何争吵,也没有任何解释。성화一边压抑着怒气结账,弘中一边骂骂咧咧地跟了出去。友荣没有起身,坐在座位上给空杯倒了酒。伞犹豫间,站在门口的성화大声喊了伞。伞啊,走吧。那时候跟着出去是生气了吗?可是你不是说了吗,走吧。以后再说。但是不给说话的机会就紧紧关上的是什么啊。伞翻了个身,闭上了眼睛。

 


학식은 홍중과 함께 먹었다. 조교의 신분으로 과사에서 일하고 있는 홍중은 늘 성화와 함께 밥을 먹었지만, 이렇게 종종 산을 따로 부르곤 했다. 그땐 주로 산에게 무언가 사과할 일이 있거나, 성화에게 잘못했을 때다. 그런데 오늘은 표정이 영 어두운 것을 보니 전자도 후자도 아닌 듯했다. 이건 쌍방이다. 산은 확신하며 물었다.
学食是和弘中一起吃的。作为助教在系办公室工作的弘中总是和星化一起吃饭,但有时也会单独叫伞出来。那时通常是因为他需要向伞道歉,或者是他对星化做了什么错事。然而今天,看他的表情很阴沉,似乎既不是前者也不是后者。这是双方的。伞确信地问道。

 

“싸웠어요?” “吵架了吗?”

 

홍중이 말없이 밥을 삼킨다. 산은 기시감을 느끼며 다시 물었다.
弘中默默地吞下饭。伞感到一阵熟悉感,又问了一遍。

 

“형 또 전화 안 받고 있죠?”
“哥又不接电话了,对吧?”

“몰라, 시발. 이 새끼 요즘 나한테 시위하냐? 행동이 왜 이래?”
“我不知道,操。这家伙最近是在对我示威吗?他的行为怎么这样?”

“가만 보면 둘이 진짜 닮았어. 똑같으니까 사귀지.”
“仔细看,你们俩真的很像。因为一模一样,所以在一起吧。”

“그냥 동네방네 커밍아웃을 처 하세요. 고래고래, 어?”
“干脆就向全世界出柜吧。大声喊出来,嗯?”

 

홍중이 이를 꽉 깨물며 속삭였다. 그리곤 어렴풋이 말문을 텄다.
弘中咬紧牙关低声说道。然后他模糊地开了口。

 

“아니다, 그냥 네가 커밍아웃해줘라.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싸웠으니까.”
“不,不如你直接出柜吧。反正我们已经因为这件事吵过架了。”

“가만 보면 둘 다 은근히 말하고 상담받는 거 좋아한다. 알죠?”
“仔细看的话,两个人其实都挺喜欢说话和咨询的。知道吧?”

 

근데 오늘은 영 말을 들어줄 기분이 아니다. 나도 말하고 상담받는 거 좋아한다고. 산은 학식당 안을 자꾸만 흘깃거리며 둘러보게 되는 자신이 답답해 괜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홍중은 수저를 다시 들고 붕붕 휘두르며 말했다.
不过今天真不想听他说话。我也喜欢说话和咨询。伞因为自己总是不断地瞥向学食堂内而感到烦闷,便随便地回答了。弘中拿起勺子,挥舞着说道。

 

“생판 남 일 아닐걸. 너도 그때 있었잖아.”
“生怕不是别人的事吧。你那时候也在场啊。”

“언제요?” “什么时候?”

“그날. 정우영이랑 술 마셨던 날.”
“那天。和郑友荣喝酒的那天。”

 

산이 젓가락질을 멈추자 홍중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伞停下了用筷子的动作,弘中笑了笑,仿佛早已预料到这一幕。

 

“너도 그때 느꼈지, 좀 이상했던 거. 그날 집 가면서 박성화가 나한테 뭐라는 줄 알아? 정우영이랑 가까이 지내지 말래. 내가 여덟 살이냐고. 지가 소개해줘 놓고선. 그날 정우영이 말실수를 했는지 뭔지.”
“你那时候也感觉到了吧,有点奇怪的事。那天回家的时候,朴星化跟我说了什么你知道吗?他说不要和郑友荣走得太近。我是八岁小孩吗?明明是他介绍我们认识的。那天郑友荣是不是说错了什么。”

“……그래요?” “……是吗?”

“산이 너한테는 별말 없었어?” “伞没有对你说什么吗?”

“딱히요.” “没有特别的。”

 

태도가 좀 달라졌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별말을 해주지. 산은 그렇게 생각하며 밥을 깨작거렸다. 홍중은 보기 좋게 시무룩해진 산의 얼굴을 보며 혀 안쪽 살을 씹었다.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원래라면 이대로 정우영을 찾아가 쏘아붙일 성격이지만 홍중은 한 번만 참기로 했다. 뭐든 말하고 풀기로 했으니까. 정우영과 말하기 전에 박성화가 먼저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우선순위는 그러했으나 산에게는 좀 다른 듯했다.
态度只是有点改变而已。倒不如直接说出来。伞这样想着,慢吞吞地吃着饭。弘中看着伞那副闷闷不乐的样子,咬了咬舌头内侧的肉。看来确实是有事情发生了。按理说,他本该直接去找郑友荣质问,但弘中决定这次忍一忍。因为他们说好了要把事情说开。和郑友荣谈之前,先找朴星化。不管怎么说,对他来说优先顺序是这样的,但对伞来说似乎有点不同。

 

“야, 산아. 그냥 물을게. 너 정우영한테 호감 있어? 쎄쎄쎄 하자는 호감 말고.”
“喂,伞啊。我就直接问了。你对郑友荣有好感吗?不是那种玩游戏的好感。”

 

대답하지 못했다. 저도 저 마음을 모르는데 어떻게 딱 잘라 기다 아니다 말할 수 있을까. 입술 감춰 물고 끔뻑거리는 눈을 보며 홍중도 말을 잃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대답을 하고 있는데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이 꽤 우스웠다. 홍중은 입맛이 떨어져 수저를 대충 내려놓았다. 그러고 이마를 문지르는데 산이 꾸역꾸역 제 입으로 밥을 밀어 넣었다.
大답하지 못했다. 저도 저 마음을 모르는데 어떻게 딱 잘라 기다 아니다 말할 수 있을까. 입술 감춰 물고 끔뻑거리는 눈을 보며 홍중도 말을 잃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대답을 하고 있는데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이 꽤 우스웠다. 홍중은 입맛이 떨어져 수저를 대충 내려놓았다. 그러고 이마를 문지르는데 산이 꾸역꾸역 제 입으로 밥을 밀어 넣었다. 无法回答。我自己也不知道自己的心情,怎么能断然地说是或不是呢。看着他咬着嘴唇,眨着眼睛,弘中也说不出话来。从表情来看,他已经在回答了,但紧闭着嘴的样子显得相当滑稽。弘中食欲全无,随便放下了勺子。然后揉了揉额头,伞却一个劲儿地往自己嘴里塞饭。

 

“너도 잘 모르겠어?” “你也不太清楚吗?”

“…네.” “…네。”

“산아.” “伞啊。”

 

홍중이 탄식하듯 산의 이름을 불렀다. 산은 제 이름을 부르는 홍중의 목소리에서 우영을 떠올렸다. 그러고 조금 전 질문에 어렴풋이 대답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런데 홍중이 재촉하듯 산을 다시 한번 불렀다. 언뜻 그 표정에서 안타까움이 보였다.
弘中叹息般地呼唤着伞的名字。伞在弘中呼唤自己名字的声音中想起了友荣。然后他觉得自己可以模糊地回答刚才的问题。然而,弘中催促似地又一次呼唤了伞。从他的表情中隐约看到了遗憾。

 

“너 하지 마.” “你别做。”

“…….” “……”

“박성화가 그러더라. 우영이 앞에서 조심하자고. 산이 너도.”
“朴星化说了。在友荣面前要小心。伞,你也是。”

 

산이 느릿느릿 입을 움직였다. 입구로 우영이 친구들과 함께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 눈이 마주쳤는데, 우영이 피했다. 착각이 아니었다. 명백한 외면이었다. 채 씹지 못한 밥알이 입안에서 쓰라리게 굴러다녔다. 방금 어디가 크게 베인 것 같은데.
伞慢慢地张开了嘴。看到友荣和朋友们一起走进来。明明眼神对上了,但友荣却避开了。这不是错觉,是明显的回避。还没嚼完的米粒在嘴里苦涩地滚动着。刚才好像被什么狠狠地割了一下。

 

“왜겠어.” “为什么呢。”

 

아무래도 입속이 아니라 가슴속이었나 보다.
看来不是在嘴里,而是在心里。

 

그때, 친구에게 뺨을 맞고 와서 눈물 뚝뚝 흘렸던 그때. 그때 이미 땅 위로 크게 한 번 굴러떨어져 더 다칠 곳도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연인 사이가 되었고,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섹스 파트너 정도였고, 그 정도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뺨을 맞는 처지였다. 무엇 하나 산의 생각보다 나은 것이 없는 사이였다. 이미 그때 마음이 넝마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꽃밭이었나 보다. 바람 한 번 쌩하니 불었다고 꽃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래, 내 대가리가 꽃밭이었네.
那时,被朋友打了一巴掌,眼泪哗哗地流下来。那时已经觉得自己从高处摔下来,再也没有什么地方可以受伤了。以为是朋友,结果成了恋人;以为是恋人,结果只是性伴侣;以为至少是性伴侣,结果却被打了一巴掌。没有一件事比伞想的更好。那时已经觉得心如刀割,但原来还是花园。风一吹,花瓣纷纷落下。对啊,我的脑袋原来是花园。

 

평범하게 서로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저렇게 많은 친구를 사귀고 있는 우영이라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지 않을까 생각했나 보다. 저쪽은 한 발자국 왔는데 혼자서 세 발자국을 앞서갔다. 남녀 사이라도 이 정도 속도면 정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물며 우린 남남인데. 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상대는 게이라니.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다. 이 정도면 없던 정도 떨어지겠다. 산은 쓰디쓴 입안을 다시며 다시 땅 위로 몸을 던지며 크게 굴렀다. 최악의 최악을 생각하며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견디려 했다. 그런데도, 아무리 많은 최악의 수를 생각해도 우영이 눈을 피하던 그 순간만 못했다. 차라리 처음 만났던 날 진짜 잠이라도 잤으면 덜 했을까. 그렇게 그 친구처럼 같은 처지를 반복하고 끝에 뺨을 맞는 게 덜 아팠겠다.
平凡地互相有好感,以为只是这样。也许,像友荣那样交了那么多朋友,会给各种可能性打开大门吧。那边迈出了一步,自己却走了三步。即使是男女之间,这种速度也会让感情变淡。更何况我们是男人之间。我以为是友情,结果对方是同性恋。心情可能会很糟糕。这样的话,原本没有的感情也会消失。伞苦涩地舔了舔嘴唇,再次把身体扔到地上,狠狠地滚了一圈。想着最坏的最坏,试图稍微忍受心灵的伤痛。即便如此,无论想多少最坏的情况,都比不上友荣避开目光的那一刻。倒不如第一次见面那天真的睡着了会好一点。像那位朋友一样重复同样的处境,最后被打耳光会没那么痛。

 

어떻게 수업을 들었는지도 모르게 오후가 훌쩍 지나갔다. 이제 산은 우영을 좇지 않았다. 우영의 머리꼭지를 발견하면 그것이 자연스럽든 부자연스럽든 자리를 피했다. 딱히 다를 것 없었다. 우영을 알고 지냈던 몇 주 정도의 시간을 없었던 일로 치면 되는 것이었다. 함께 지샌 하루, 함께 만났던 며칠, 알고 지냈던 몇 주.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시간이었다. 훌쩍 보내버린 오후 수업처럼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산은 옷을 여미며 낙엽이 모두 져버린 나무를 바라봤다. 가을이 벌써 지나고 있었다. 그때 우영이 흥얼거렸던 노래가 생각이 났다. 괜히 스산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보려고 플레이리스트를 뒤지고 이어폰을 꽂았다.
怎么上的课都不知道,下午就这样匆匆过去了。现在伞不再追逐友荣了。只要发现友荣的身影,不管是自然还是不自然,他都会避开。其实也没什么不同。只要把和友荣认识的那几周当作不存在的事情就好了。一起度过的一天,一起见面的几天,认识的几周。屈指可数的时间。就像匆匆过去的下午课一样短暂的时间。伞整理了一下衣服,望着落叶全无的树。秋天已经过去了。那时友荣哼唱的歌浮现在脑海中。为了安抚那莫名的心情,他翻找着播放列表,戴上了耳机。

 

바람이 불어서 눈을 감으니 내게로 달려오네 가을이
风吹过来,我闭上眼睛,秋天向我奔来

 

혼자서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내는 짝사랑이었다. 아니, 우영이 저를 불편해하며 피하는 것을 보니 외사랑인가. 산은 눈을 감았다. 벤치에 앉아 가만히 있자니 가을과 겨울 그 어귀쯤 되는 바람이 불어왔다. 꼭 가사를 빼닮은 날씨에 픽 웃음이 삐져나왔다. 주머니에 손을 구겨 넣고 노래에 집중하는 사이 누군가 산의 옆에 앉았다. 눈을 뜨고 옆을 보니 이어폰을 빼서 자기 귀에 냅다 꽂아버리는 우영의 옆얼굴이 보였다.
혼자서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내는 짝사랑이었다. 아니, 友荣이 저를 불편해하며 피하는 것을 보니 외사랑인가. 伞은 눈을 감았다. 벤치에 앉아 가만히 있자니 가을과 겨울 그 어귀쯤 되는 바람이 불어왔다. 꼭 가사를 빼닮은 날씨에 픽 웃음이 삐져나왔다. 주머니에 손을 구겨 넣고 노래에 집중하는 사이 누군가 伞의 옆에 앉았다. 눈을 뜨고 옆을 보니 이어폰을 빼서 자기 귀에 냅다 꽂아버리는 友荣의 옆얼굴이 보였다.

 

“어, 이 노래 듣네.” “哦,听这首歌呢。”

 

한 곡 반복으로 설정해놓은 노래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첫 소절을 내뱉었다.
设定为单曲循环的歌曲再次回到开头,唱出了第一句歌词。

 


 

멍한 표정의 산을 어떻게 챙겨서 과방으로 보내고, 과사로 돌아오니 성화가 문 앞에 서 있었다. 홍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성화를 무시하고 과사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틈으로 홀로 몸을 집어넣으며 쳐다도 보지 않고 얘기했다.
멍한 표정의 산을 어떻게 챙겨서 과방으로 보내고, 과사로 돌아오니 성화가 문 앞에 서 있었다. 홍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성화를 무시하고 과사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틈으로 홀로 몸을 집어넣으며 쳐다도 보지 않고 얘기했다. Translated Text: 把一脸茫然的伞送到教室后,回到办公室时,朴星化正站在门口。金弘中低着头无视了朴星化,打开了办公室的门。然后他把身体挤进门缝里,连看都不看一眼就说话了。

 

“학생, 점심시간 남았으니까 끝나면 다시 와요.”
“学生,午休时间还没结束,结束后再来吧。”

“홍중아.” “弘中啊。”

“학교에서 선 넘지 마. 나 일하는 중인데 더 신경을 써야지, 네가. 조심하자며.”
“学校里不要越界。我在工作,你应该更注意。小心点。”

“그럼 전화를 받아야지.” “那就接电话吧。”

 

그래. 거짓말이었다. 산에겐 성화에게서 연락이 온 적 없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개소리였다. 성화는 틈 없이 문자 보냈고, 틈틈이 전화했다. 모든 걸 무시한 건 홍중이었다. 그에 속이 탄 성화가 다시 찾아왔지만 그마저도 개무시를 하고 싶은 게 지금 심정이었다. 지금은 성화를 위해 제 기분을 억지로 참고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과사 문을 닫아버리고, 잠그고, 자리에 와서 서류와 제출된 과제들을 정리하다가 몇 초 지나지도 않아 신경질적으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 자리 그대로 서 있던 성화가 홍중을 안으로 들여보내고 본인도 들어갔다. 손에는 변명거리로 달달한 주전부리들이 들려있었다. 교수도, 다른 조교들도 제외한 오로지 홍중만을 위한 간식들이었다.
对,都是谎言。伞对星化说他没有收到任何消息,但那都是胡说八道。星化一直在发短信,时不时还打电话。无视这一切的是弘中。星化因为心急如焚再次找上门来,但弘中现在只想彻底无视他。此刻,他不想为了星化而勉强自己压抑情绪。他关上了办公室的门,锁上,然后回到座位上整理文件和提交的作业,但没过几秒钟,他就烦躁地站起来开了门。星化依然站在原地,弘中让他进来,自己也跟着进来了。他手里拿着一些甜点作为借口,这些都是专门为弘中准备的零食,教授和其他助教都没有份。

 

“아직도 화났어?” “你还在生气吗?”

“아, 나 화 풀까? 네가 하라는 대로 해야지.”
“啊,我该消气吗?你得按我说的做。”

“비꼬지 말고, 홍중아.” “别讽刺了,弘中啊。”

“너 걱정하는 건 알겠는데 어제 네 말투 생각해 봐. 내가 안 비꼬고 반응할 말투가 맞아?”
“我知道你在担心我,但你想想你昨天的语气。我能不讽刺地回应吗?”

 

홍중이 밀린 서류 더미와 노트 더미들 사이에 앉으며 성화와 눈이 마주치길 거부했다. 성화는 홍중이 그래도 제 마음을 그대로 토로해놓는 이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다가가는 걸음 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일 처리에 집중한 듯한 홍중이 티 나게 삐걱거렸다. 성화는 테이블에 손을 올리고 노트 제출 명단을 정리하는 홍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홍중이 무시하듯 할 일에 집중하다가 몇 번이고 기입한 내용들을 수정하던 화이트를 내던졌다.
弘中坐在堆积如山的文件和笔记本之间,拒绝与星化对视。星化感激地看着弘中,感谢他在这个时刻毫无保留地表达自己的心情,小心翼翼地靠近他。每当靠近的脚步声越来越近时,专注于工作的弘中明显地紧张起来。星化把手放在桌子上,静静地看着整理笔记提交名单的弘中。弘中假装专注于工作,几次修改已经填写的内容后,愤怒地把修正带扔到一边。

 

“할 말 있으면 하자.” “有话就说吧。”

“문 잠가도 돼?” “可以锁门吗?”

“안돼. 말로만 해.” “不行。只说就好。”

“어제는 내가 미안해.” “昨天是我不好。”

 

홍중의 일처리 속도만큼이나 빠르고 삐걱거리며 지나간 사과였다. 홍중은 이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하다가 노트를 덮어버렸다.
弘中的道歉就像他处理事情的速度一样快且带着些许生硬。弘中思考着该如何接受这个道歉,最终还是合上了笔记本。

 

그날. 우영을 내버려두고, 잔뜩 화가 난 성화를 따라 나서는 것까지는 이해를 해줬다. 둘이 무슨 일이 있었겠거니, 그런데 그 자리에 나를 내버려 두고 가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으니 같이 가자고 했겠다 싶었다.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는 성화를 벅차듯 쫓아가는 것도 이해를 해줬다. 근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제 분을 못 이겨 소리치는 그다음 말이었다.
那天。友荣被丢下,满腔怒火的星化跟着出去,这我能理解。两人之间肯定发生了什么事,但把我一个人留在那里,我心里很不舒服,所以我才会说一起走。我也能理解,快步跟在前面的星化,气喘吁吁地追赶着。但我完全无法理解的是,他无法控制自己的情绪,大声喊出的那句话。

 

“정우영 멀리하자. 산이한테도 그러라고 전해줘.”
“远离郑友荣。也告诉伞这样做。”

“무슨 개소리야. 방금까지 술 잘 마시다가.”
“什么狗屁话。刚才还喝得好好的。”

“제발, 한 번만 그냥 알겠어, 하고 대답해주면 안 돼?”
“拜托,就一次,说‘知道了’不行吗?”

 

저 신경질적인 말투도 취해서 그렇겠거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이해했다. 이미 성화의 말투에 기분이 상한 홍중과 술에 취하고 충격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성화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홍중은 이곳이 길거리임을 인지하며 홍중딴에는 최대한 말을 골랐다. 그마저도 날이 서 있었지만.
我想他那神经质的语气也是因为喝醉了,最后一次选择理解他。已经被星化的语气弄得心情不好的弘中,加上喝醉和受到冲击而神志不清的星化,根本不可能进行正常的对话。弘中意识到这里是街道,尽量选择了合适的词语。即便如此,他的话语依然带着锋芒。

 

“네가 나 낳았냐? 말투 꼬라지가 왜 그러는데. 전후 사정 없이 네가 그러라면 그래야 해?”
“你生我了吗?你说话的语气怎么回事。没有前因后果,你说让我这样就这样吗?”

“제발,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이해라는 걸 좀 해줘 봐.”
“拜托,试着理解一下肯定是有原因的。”

 

홍중이 벅차게 쫓아가던 것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싸늘하게 성화를 바라봤다.
弘中停下了激动地追赶,冷冷地看着星化。

 

“넌 왜 자꾸 이해를 바라? 왜 내가 알아서 생각하고, 이해하고, 받은 상처가 뭐든 극복 잘하고 원래대로 행동하길 바라는데, 어?”
“你为什么总是希望我理解?为什么希望我自己去思考、理解,并且无论受到什么伤害都能很好地克服,然后像原来一样行动,嗯?”

 

한 번 올라온 울컥함은 도무지 참아낼 겨를이 없었다. 홍중은 주변을 슥 둘러보다가 사람들이 없음을 확인하고 성화에게 다가갔다. 방금 그 행동 역시도 홍중에게는 비참할 따름이었다. 결국 주변을 살피고, 눈치를 살피고 행동하는 것은 홍중의 몫이었다.
一旦涌上心头的情绪,根本无法忍住。金弘中环顾四周,确认没有人后,走向朴星化。刚才的行为对金弘中来说也是一种悲哀。最终,环顾四周,察言观色并采取行动的任务落在了金弘中的肩上。

 

“지금 이게 내가 나쁜 일이야?”
“现在这是我的错吗?”

“…….” “……”

“너 확실하게 생각하고 대답해. 나 그전까지 너 안 봐.”
“你想清楚再回答我。在那之前,我不会见你。”

 

그렇게 홍중이 먼저 자리를 뜨고 만난 것이 지금이었다. 지금 성화는 무엇을 바라는가. 가벼운 간식거리와 함께 사탕 녹으면 없어질 마음으로 서운함을 정리해주길 바라는 건가. 말도 안 되지. 홍중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까지 성화를 이해해보려 노력하다가 울컥 올라오는 화를 다잡았다. 표정 변화를 지켜보고 있던 성화가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홍중이 먼저 자리를 뜨고 만난 것이 지금이었다. 지금 성화는 무엇을 바라는가. 가벼운 간식거리와 함께 사탕 녹으면 없어질 마음으로 서운함을 정리해주길 바라는 건가. 말도 안 되지. 홍중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까지 성화를 이해해보려 노력하다가 울컥 올라오는 화를 다잡았다. 표정 변화를 지켜보고 있던 성화가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于是,弘中先离开了,正是现在。现在星化想要什么呢?是希望用轻松的小吃和糖果融化后消失的心情来整理失落感吗?这简直是无稽之谈。弘中努力尝试理解星化,甚至为一切赋予意义,但他压抑住了涌上心头的愤怒。一直观察着表情变化的星化迅速补充道。

 

“이걸로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게 아니야.”
“我不是想用这个敷衍过去。”

“그럼 오늘 온 건 뭔데.”
“那今天来的是什么。”

“사과하러 온 거야. 진지하게.” “我是来道歉的。认真的。”

“아, 제발. 성화야. 생각이라는 걸 좀 하자. 내 근무지에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용서를 굴면 내가 시간에 쫓겨서라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알겠어, 넘어가줄게. 이렇게 반응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
“啊,拜托。星化呀。动动脑子吧。突然跑到我工作地点来求原谅,我会因为时间紧迫而没有时间思考就答应你,原谅你。你没想到我会这样反应吗?”

 

홍중은 대답 없이 간식이 든 봉투를 테이블 아래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성화의 태도에 결국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弘中没有回答,只是看着星化小心翼翼地把装着零食的袋子放在桌子下面,最终用手捂住了脸。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타이밍이 있는 거야. 너 왜 이렇게 조급해 하는데.”
“认真谈话也是要看时机的。你为什么这么着急。”

 

성화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홍중의 눈치를 살피며 두 손을 깨작거릴 뿐이었다. 그러다 어렵게 입을 뗐다.
朴星化无法回答。他只是观察着金弘中的反应,双手不停地搓动着。然后,他艰难地开口了。

 

“네가 기분 나쁜 채로 하루를 모두 보내길 원하지 않아서 그랬어. 내가 생각이 짧았어, 미안해.”
“我不希望你整天都心情不好。我考虑不周,对不起。”

“혹시 복수야? 나 당한 만큼 너도 당해 봐라?”
“或许是报复吗?让我也尝尝你受过的苦?”

“……나 그런 짓 안 해. 앞으로도 안 할 거고.”
“……我不会做那种事。以后也不会。”

“미안하다. 그런 짓 많이 하는 나로서는 그렇게도 생각이 튀어.”
“对不起。像我这样经常做那种事的人,思维也会跳跃得那么厉害。”

 

홍중이 봉투를 들어 자리 한켠에 두면서 푹 숙인 고개를 돌려버렸다.
弘中拿起信封,放在一旁,低下头转过身去。

 

“일단 잘 먹을게.” “我先开动了。”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곧 끝나지?”
“我会在外面等你。快结束了吧?”

 

홍중이 차오르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최대한 다정하게 얘기하려는 말투와 조심스러운 행동, 자꾸만 자기를 좇는 두 눈동자. 모든 것이 홍중을 궁지로 몰아넣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대답해줘. 이렇게 행동해줘. 제발 괜찮다고 이야기 해줘. 그 옥죔이 당장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다. 결국 터져버릴 듯이 충혈된 눈을 한 홍중이 고개를 들었다. 풀려버린 동공이 성화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弘中忍不住心中的郁闷,抓住了自己的头发。尽量用温柔的语气和小心的举动,那双不断追随自己的眼睛。所有的一切都让弘中感到被逼到了绝境。这样回答我。这样行动。拜托,告诉我你没事。那种束缚感让他想立刻逃离这里。最终,眼睛充血得像要爆发一样的弘中抬起了头。涣散的瞳孔怨恨地看着星化。

 

“너 그땐 날 그렇게 방치하더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왜 자꾸 기분이 널뛰듯이 바뀌어?”
“你那时候就那样把我丢在一边,为什么突然这样?为什么你的情绪总是像跷跷板一样变化无常?”

“……홍중아.” “……弘中啊。”

“내가 틀렸어?”

 

홍중이 롤러코스터 타듯 바뀌는 기분을 혼자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눈을 감싸 가리고 몸을 돌려버린 채 홀로 감정을 갈무리했다. 가끔 몰아쉬는 숨소리가 히끅거리며 올라오긴 했지만 괜찮았다. 이런 모습 한두 번 보여주는 게 아니니까. 홍중은 창가에 비치는 성화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弘中无法独自承受像过山车般变化的情绪,最终流下了眼泪。他用手捂住眼睛,转过身去,独自整理情绪。虽然偶尔会有抽泣声传出,但他没事的。这种样子他已经不是第一次表现出来了。弘中直视着窗边映照的星化,继续说道。

 

“난 혼자서 무슨 생각했는지 알아? 아, 우리 사귀는 거 들키는 게 그렇게 싫었나 보다.”
“你知道我一个人时在想什么吗?啊,看来他真的很讨厌我们交往的事情被发现。”

“홍중아, 정말 아니야. 내가 상황 설명이 짧았어, 다 이야기 해줄게. 응?”
“弘中啊,真的不是那样的。我解释得不够详细,我会把一切都告诉你的。嗯?”

“뭔 이야기를 더 해. 그만해. 나도 받아들이기 벅차.”
“还要说什么。够了。我也很难接受。”

 

홍중이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고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한창 울고난 뒤 숨이 모자란 홍중이 색색거리는 소리가 들리다 그마저도 멈췄다. 홍중은 목이 막힌 듯 먹먹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弘中用袖子擦去眼泪,深吸了一口气。片刻的寂静流淌而过。刚哭完后,呼吸不畅的弘中发出断断续续的声音,随后连那声音也停止了。弘中用哽咽的声音说道。

 

“역시 우리 그때 헤어졌어야 했나 봐. 네 말이 다 맞았어.”
“果然我们那时候应该分手的。你说的都对。”

 

성화가 절망스러운 얼굴로 눈을 감았다.
朴星化绝望地闭上了眼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