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什么?”
바쁘게 움직이던 젓가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하나는 식탁 위로, 하나는 식탁 밑으로 떨어졌다. 젓가락을 쥐고 있던 모양 그대로 굳은 손은 움직일 생각을 않았고, 씹다 만 음식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도 잊은 정우영은 입을 떡 벌린 채 턱이 빠진 듯 굴었다. 정우영의 어머니는 오히려 눈썹을 늘어트린 채 몰랐어? 하고 되물으셨다. 아니, 나는…. 당혹감에 어버버 말을 더듬던 입이 결국 꾹 다물리며 대답을 피한다. 뒤늦게 떨어트렸던 젓가락을 줍는 사이 정우영의 어머니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忙碌的筷子发出一阵响声,一根掉在了桌子上,一根掉在了桌子底下。握着筷子的手僵硬地停在原地,没有要动的意思,嘴里嚼了一半的食物清晰可见,郑友荣张大嘴巴,像是下巴脱臼了一样。郑友荣的母亲反而挑了挑眉,反问道:“你不知道吗?” “不,我……” 郑友荣结结巴巴地说,最终紧闭嘴巴,避开了回答。当他弯腰捡起掉落的筷子时,郑友荣的母亲若无其事地继续说道。
“산이, 군대 간다며?” “伞,你要去军队吗?”
바닥에 떨어진 젓가락을 줍느라 기껏 숙인 허리가 무색하게도, 정우영은 다시금 쥐고 있던 젓가락을 와르르 떨어트렸다. 군대? 응, 군대. 산이한테 얘기 못…. 걔가 군대를 왜 가? 왜 가긴, 어차피 가야 될 거 그냥 일찍 가겠…. 학교는? 휴학하…. 왜? 왜가 어디 있…. 왜! 물어볼 땐 언제고 돌아오는 대답마다 턱턱 잘라대던 불효자 정우영은 결국 냅다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드르륵 밀려난 의자는 둘째, 바닥에 떨어진 젓가락은 셋째 친 정우영은 곧장 거실로 뛰어가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为了捡起掉在地上的筷子,郑友荣弯下了腰,但刚捡起来的筷子又哗啦一声掉了下来。军队?嗯,军队。没跟伞说……他为什么要去军队?为什么要去,反正迟早要去的,干脆早点去……学校呢?休学……为什么?哪里有为什么……为什么!问的时候是你,现在每次回答都被你打断的不孝子郑友荣最终大声喊叫着猛地站了起来。椅子被推开是其次,掉在地上的筷子是第三,郑友荣立刻跑到客厅,拿起随便扔在沙发上的手机。
너 군대 가?????????? 물음표가 열 개가 넘어설 즈음에야 열심히 움직이던 엄지가 우뚝 멈춘다. 이미 대화가 끊긴 지 오래인 대화창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우영의 엄지가 허공에서 산만하게 움직이다 결국 백스페이스를 빠르게 연타했다. 미쳐서 가느냐 물어보고 싶은데 딱 봐도 최산이 군대 가는 이유가 자기 때문인 것 같아서, 정우영은 결국 홀드키를 눌러 화면을 끄고는 스르륵 쓰러지듯 누웠다. 별안간 밥 먹던 아들의 이상행동에 정우영의 어머니는 혀를 끌끌 찼으나 정우영은 귀를 턱 닫은 채 들을 생각을 않았다.
你要去军队吗?????????? 当问号超过十个时,正在努力打字的拇指突然停了下来。郑友荣的拇指在已经很久没有对话的聊天窗口上空无聊地动了动,最终快速地按下了退格键。他想问是不是疯了才去,但一看就知道崔伞去军队的原因好像是因为自己,郑友荣最终按下了锁屏键,关掉了屏幕,然后像要倒下似的躺了下来。突然间,正在吃饭的儿子出现了异常行为,郑友荣的母亲咂了咂舌,但郑友荣却紧闭双耳,不打算听。
당연하게도 최산의 짧은 사과 이후로 둘의 관계는 틀어졌다. 딱히 영양가 있는 내용도 아니면서 매일을 주고받았던 톡은 그날을 기점으로 알림 한 번 울리지 않았다. 이런 걸 두고 손절이라고 하는 건가? 좀비처럼 비척이며 일어선 정우영이 까만 액정을 가만히 바라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덤덤하게 퍼먹었던 밥이 내려가다 말고 가슴 언저리에 꽉 막힌 기분이었다.
当然,在崔伞简短的道歉之后,两人的关系变得紧张了。虽然每天的聊天内容并没有什么营养,但从那天起,消息提醒一次也没有响过。这就是所谓的断交吗?像僵尸一样摇摇晃晃站起来的郑友荣静静地看着黑色的屏幕,深深地叹了口气。平淡地吃下去的饭卡在了胸口,感觉非常堵。
너나 나나 똑같은 짝사랑이잖아. 양심이 콕콕 찔려온다. 말이 좋아 콕콕이지 그냥 누가 양심이란 부위를 꾹 쥐어짜는 느낌이었다. 나는 애초에 양심 같은 거 없으니까 그만 쥐어짜라, 나올 것도 없는데. 정우영은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리며 거실 러그에 볼을 부볐다. 추위에 빨갛게 언 얼굴을 하고 울던 최산이나 울면서도 말 한 번 더듬지 않고 얘기했던 말이, 답지 않게 날을 세워 자꾸만 정우영을 괴롭힌다. 최산은 나한테 안 그래. 속으로 생각하니 다시금 양심이 쥐어짜인다. 몇 방울 꾸역꾸역 쥐어짜낸 후에야 정우영은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你我都是一样的单相思。良心被刺痛了。说是刺痛,其实感觉像是有人在用力挤压良心的部位。我本来就没有什么良心,别再挤了,挤也挤不出什么来。郑友荣小声自言自语着,把脸颊贴在客厅的地毯上。崔伞那张因为寒冷而冻得通红的脸和他哭泣时说话一字不差的样子,不合时宜地不断折磨着郑友荣。崔伞对我可不是这样的。心里这么想着,良心又被挤压了一下。挤出几滴之后,郑友荣呻吟着站了起来。
[산이 휴학해?] 오전 11:58 [伞要休学?] 上午 11:58
[너네 왜 동반입대 안 하냐] 오후 1:27
[你们为什么不一起入伍] 下午 1:27
[최산 군대 가?] 오후 1:33
[崔伞 去军队?] 下午 1:33
정우영은 어머니한테 들은 게 고작인데, 다들 어디서 그렇게 소문을 들은 건지 정우영의 핸드폰은 징징, 진동이 멈추지 않았다. 군대를 가는데 그럼 휴학을 안 하냐. 내가 미쳤다고 군대를 벌써 가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웅얼거리며 중얼거린 정우영이 벌떡 일어났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빡치네? 내가 나 좋아하지 말라고 했지 누가 아예 쌩을 까자고 했어?
郑友荣只是从母亲那里听说了一点,但不知道大家是从哪里听到这些传闻的,郑友荣的手机一直在嗡嗡作响,震动个不停。要去当兵了,那不休学吗?我疯了吗,现在就去当兵。为什么要问我这个问题。郑友荣把脸埋在枕头里,嘟囔着,突然猛地坐了起来。不是,仔细想想真是气人?我只是说不要喜欢我,谁让你们完全无视我了?
그래서 정우영은 최산을 찾아다니기로 했다. 애초에 전화 한 번이나 메시지 한 번이면 해결될 일이었으나 그건 정우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학교를 오가며 우연히 만났을 때 붙잡아 얘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정우영과 최산을 아는 모든 이들이 정우영을 붙잡고 산이는? 산이 갑자기 군대 왜 간대? 하고 물었으나 정우영은 그때마다 몰라, 모른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도망쳤다.
所以郑友荣决定去找崔伞。本来打个电话或者发个信息就能解决的事,但郑友荣的自尊心不允许,他打算在学校来回走动时偶然遇到崔伞,然后抓住他聊聊。所有认识郑友荣和崔伞的人都抓住郑友荣问,伞呢?伞为什么突然去当兵了?每次郑友荣都会大喊,不知道,我不知道!然后逃跑了。
하지만 그런 정우영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최산은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시간표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정우영이 둔한 건지, 아니면 최산이 어디 닌자에게 기술이라도 배워온 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눈을 크게 뜨고 강의실에 앉은 머리통을 하나하나 훑어봤으나 비슷한 머리통 하나 없었다. 어디 빠져 죽었나 싶어 화장실도 뒤져보고 동방도 갔으나 최산의 ㅊ자도 못 봤다.
하지만 그런郑友荣的努力也无济于事,崔伞连一根头发都没露面。明明时间表差不多,但不知道是郑友荣太迟钝,还是崔伞从哪位忍者那里学了什么技术,根本找不到他。郑友荣睁大眼睛,一个个地扫视着教室里的脑袋,但没有一个是相似的脑袋。他甚至怀疑崔伞是不是掉进了什么地方,连厕所都找了,东堂也去了,但连崔伞的“ㅊ”字都没看到。
얘 학교는 나왔냐? 학식을 앞에 두고 젓가락만 앞니로 딱딱 두드리던 정우영은 오면서 산이 봤잖아, 하는 동기의 말에 젓가락을 와르르 떨어트렸다. 뭐?
这家伙上学了吗?正用前牙敲打筷子的郑友荣听到同学说“来的时候伞看到了”,筷子哗啦一下掉了下来。什么?
“아까 오면서 산이 못 봤어? 나는 인사했는데….”
“刚才来的时候没看到伞吗?我打了招呼……”
“아니, 왜 얘기를 안 했는데!”
“不是说好了不告诉我的吗!”
“네가 그냥 지나가길래 봤는갑다 했지, 나는.”
“你只是路过,我就看了一眼。”
탁, 소리가 나게 뒷목을 부여잡은 정우영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뒤로 젖혔다. 정말로 몰랐다는 듯 동그랗게 떠진 눈을 콱 찔러주고 싶었으나 어디까지나 정우영의 잘못이었기에 무어라 따지는 대신 벌떡 일어났다. 젓가락 한 번 대보지 않은 학식은 동기의 몫으로 남겨두고, 정리도 동기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야! 졸지에 혼자 먹게 된 동기가 다급히 정우영을 불렀으나 대충 손을 한 번 휘저어 인사를 건네고는 헐레벌떡 건물을 빠져나왔다.
啪的一声,郑友荣捂住后颈,紧闭双眼,头向后仰去。虽然很想戳一戳他那睁得圆圆的眼睛,表示他真的不知道,但毕竟是郑友荣的错,所以没有责怪他,而是猛地站了起来。没有动过一次筷子的学餐留给了同学,整理也留给了同学。喂!突然一个人吃饭的同学急忙叫住郑友荣,但他只是随便挥了挥手打了个招呼,然后匆匆跑出了建筑物。
멀리 안 갔겠지, 금방이겠지. 물론 정우영은 최산을 찾을 수 없었다. 오면서 본 거라면 멀리 가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우영을 보고 어디 숨기라도 한 건지 최산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 등신아! 허공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지른 정우영은 지나가는 이들이 보든 말든 씩씩대며 발을 굴렀다. 애초에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될 일이었으나 씩씩대는 게 전부였다. 결국 점심도 굶고 최산도 못 만난 정우영은 오후 강의를 전부 빼먹기로 했다. 자체휴강, 최산에 대한 스트레스를 핑계 삼았다.
他不会走远的,很快就能找到。 当然,郑友荣没有找到崔伞。 他以为崔伞不会走远,因为他在来的路上看到了他,但崔伞似乎看到郑友荣后就躲起来了,消失得无影无踪。 你这个笨蛋! 郑友荣对着空气大喊大叫,不管路人怎么看他,他愤怒地跺着脚。 其实只要从口袋里拿出手机按下通话按钮就行了,但他只是生气。 最终,郑友荣既没吃午饭,也没见到崔伞,决定旷掉下午的所有课程。 自己放假,以崔伞带来的压力为借口。
*
[우리 xx호프임] 오후 8:59 [我们 xx 啤酒屋] 下午 8:59
[올 거임?] 오후 9:00 [会来吗?] 下午 9:00
오후 9:11 [최산 있어?] 下午 9:11 [崔伞在吗?]
[방금 옴] 오후 9:13 [刚到] 下午 9:13
오후 9:13 [나 간다고 하지 마]
下午 9:13 [不要说我走了]
침대에 누워 한참을 빈둥거리던 정우영은 톡을 받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한참을 누워 일어나지 않은 탓에 엉망이 된 머리는 모자를 써서 숨기고, 급한 마음에 트레이닝복 차림 그대로 롱패딩만 입고 곧장 콜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얼마나 이를 갈았는지. 사실상 최산에게 선을 그은 건 정우영이었고, 언젠가는 가야 될 군대였다. 애초에 최산이 정우영을 피한 건지 확실하지도 않고 전화를 걸면 받을 수도 있었다. 본인이 덜컥 겁을 먹고 최산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은 거면서도 정우영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躺在床上发呆了好一会儿的郑友荣,一收到消息就猛地坐了起来。因为躺了太久没起来,乱糟糟的头发被帽子遮住,心急之下,他直接穿着运动服套上长款羽绒服,立刻叫了出租车。坐在出租车上一路上他咬牙切齿。实际上,是郑友荣自己对崔伞划清了界限,去军队是迟早的事。本来崔伞是否在躲避郑友荣也不确定,打电话的话也可能会接。明明是自己突然害怕了,一次都没有联系崔伞,但郑友荣还是咬牙切齿。
“왔냐?” “来了?”
입구부터 산만한 호프집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곧장 따뜻한 온기가 훅 끼쳐왔다. 찰나에도 차게 언 볼이 녹진히 풀어지며 숨에 따라붙던 입김이 사라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과 그 사이에서도 제일 익숙한 뒤통수. 반가움에 저마다 웃음을 다는 사이 느지막이 돌아보는 얼굴은, 중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봐온 탓에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는 얼굴이었다.
从入口开始就显得杂乱的啤酒屋,一进门就感受到一股温暖的气息。瞬间冻僵的脸颊逐渐解冻,呼吸间的白雾也随之消散。推门而入,映入眼帘的是熟悉的面孔,而其中最熟悉的后脑勺。大家都带着笑容迎接彼此,而那张迟迟回头的脸,是从中学时期就一直见到的,即使闭上眼睛也能描绘出来的脸。
원 플러스 원이라도 되는 것마냥 저마다 정우영의 등장에 자연스럽게 최산의 옆자리를 터주었다. 술자리가 많이 진행되었음을 알려주듯 빈 소주병이 빼곡했고, 추위에 얼어 볼이 붉은 정우영과 달리 사람들은 전부 술기운에 취해 볼이 붉었다. 자연스럽게 비워진 최산의 옆자리에 앉아 주섬주섬 롱패딩을 벗은 정우영이 아닌 척 힐끔대며 최산을 훑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뒤늦게 온 정우영이 반가워 말을 거는데도 최산은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선을 그은 게 정우영이니 야속함을 느껴도 무어라 따질 수는 없었다.
仿佛是一加一一样,每个人都自然地为郑友荣的到来腾出了崔伞旁边的位置。空的烧酒瓶密密麻麻地摆放着,显示出聚会已经进行了一段时间。与冻得脸颊通红的郑友荣不同,其他人都因酒意而脸颊泛红。郑友荣自然地坐在空出来的崔伞旁边,一边假装不在意地脱下长羽绒服,一边偷偷打量着崔伞。其他人都很高兴地和迟到的郑友荣聊天,只有崔伞连看都不看他一眼。虽然是郑友荣划清了界限,但即使感到委屈,也无法责怪他。
정우영의 등장을 시작으로 테이블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최산의 군대로 바뀌었다. 동기들보다 한참 빠른 최산의 입대는 당연히 그에 대한 여러 가지의 루머를 만들어냈다. 우리 몰래 cc라도 했어? 헤어져서 급하게 가는 거야? 툭 튀어나온 첫 번째 루머가 정우영의 양심을 꾹 쥔다. 모르는 척 젓가락을 찾는 사이 최산은 대답 대신 술잔을 비울 뿐이었고, 침묵은 곧 긍정이라며 분위기가 조금 들뜬 듯 소란스러워졌다. 식어빠진 닭갈비를 한 번 뒤적이며 고기를 찾았으나 젓가락에 걸리는 거라고는 양배추가 고작이다. 정우영은 결국 젓가락을 내려두고 잔을 들어 술을 받았다.
郑友荣的出现让桌上的话题自然转到了崔伞的军队生活。比同期们早了很久入伍的崔伞,理所当然地引发了各种各样的传闻。你是不是背着我们谈恋爱了?分手了所以急着去?第一个冒出来的传闻让郑友荣的良心一紧。在假装找筷子的间隙,崔伞没有回答,只是把酒杯倒空了,沉默被当作默认,气氛变得有些兴奋和喧闹。翻动着已经凉透的铁板鸡,想找点肉,但筷子碰到的只有卷心菜。郑友荣最终放下筷子,举起杯子接过了酒。
“뭐야, 누군데? 우영이 너는 알았어?”
“什么啊,谁啊?友荣你知道吗?”
…아니. 작은 소주잔을 입술에 댄 채 작게 중얼거린 정우영의 목소리는 시끄러운 호프집 소음에 묻혔다. 응? 되물어오는 동기에 정우영은 곧장 술을 들이킨 뒤 고개를 내저었다. 영혼의 단짝이라도 되는 것마냥 줄곧 붙어다녔던 정우영마저 모르는 상대라니. 때 아닌 cc 상대를 찾겠다고 여러 이름이 거론될 즈음, 정우영은 쥐어짜이는 양심에 명치 언저리를 주먹으로 툭툭 두드렸다. 빈 술잔에는 다시금 술이 채워지고, 정우영은 다시금 젓가락을 집고 식어빠진 양배추를 집어먹었다. 결국 떠오르는 모든 이의 이름이 거론된 후에야 최산은 그런 거 아니야, 하고 맥없는 대답을 했다.
……不是。郑友荣小声嘟囔着,嘴唇碰着小小的烧酒杯,但他的声音被嘈杂的啤酒屋噪音淹没了。嗯?同事反问道,郑友荣立刻喝了一口酒,然后摇了摇头。连一直形影不离的郑友荣都不知道对方是谁。正当大家讨论着要找一个 cc 对象时,郑友荣的良心被挤压得在心口附近轻轻敲了敲拳头。空酒杯再次被倒满,郑友荣再次拿起筷子,夹起已经凉透的卷心菜吃了起来。最终,在提到所有能想到的名字之后,崔伞无力地回答说,不是那样的。
그럼 군대 말뚝 박으려고? 이미 군대에 다녀온 남선배 한 명이 농담처럼 두 번째 루머를 던졌다. 최산은 아니요, 하고 대답하며 맥주 글라스를 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맥주가 유연히 흔들리며 찰랑였고, 정우영은 채워진 잔을 들어 다시금 술을 들이켰다. 어차피 갈 거니까요. 최산의 말에 정우영은 다시금 양심이 쥐어짜인다. 군대에 가기 싫다느니 떠들었던 열아홉 무렵이 떠올라 괜히 속이 불편했다.
那你是打算在军队里扎根吗?已经服完兵役的学长开玩笑似地抛出了第二个传闻。崔伞回答说,不是的,同时举起了啤酒杯。杯中所剩无几的啤酒轻轻摇晃,发出清脆的声响,而郑友荣则举起满满一杯酒,再次一饮而尽。反正迟早都要去的嘛。听到崔伞的话,郑友荣的良心再次被揪紧了。想起十九岁时自己嚷嚷着不想去军队的情景,他不禁感到一阵不适。
“우영아, 잔 비었다.” “友荣啊,杯子空了。”
잔을 내려놓기도 전에 들이밀어진 소주병에 쓴 혀를 굴렸다. 식어빠진 안주에는 손이 가지 않아 주인 모를 미지근한 물만 마시기를 반복할 즈음, 이러나저러나 첫 번째 루머로 굳혀져 어느새 얘기는 다시금 최산의 cc 상대가 되었다. 아니라잖아, 아니라고. 얘랑 나는 사귄 적 없다고! 정우영은 버럭 외치고 싶었으나 어색한 웃음을 짓느라 입꼬리가 파르르 떨릴 지경이라 말을 꾹 삼켜내기로 했다.
在放下酒杯之前,苦涩的舌头已经被递过来的烧酒瓶弄得打转。冷掉的下酒菜让人提不起兴趣,只能一遍又一遍地喝着不知是谁的温水。就在这时,不知不觉间,话题又回到了崔伞的绯闻对象上。不是说了不是吗,不是的。我和他没有交往过!郑友荣想大声喊出来,但因为要保持尴尬的笑容,嘴角都在微微颤抖,只好把话咽了回去。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잔을 들었다. 뒤늦게 온 탓에 이미 테이블의 몇 명은 집으로 돌아갔고, 남은 사람들마저도 멀쩡하진 못했다. 술자리에 늦게 참석해 비교적 취하지 않은 정우영과 적당히 주량에 맞춰 마신 최산, 고작 둘만 멀쩡한 정신으로 빈 잔을 쥐고 있을 뿐이었다. 정우영은 쌕쌕, 최산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다시금 주먹으로 명치 언저리를 두드렸다. 최산은 말이 없고, 호프집은 시끄러웠으며, 정우영은 입술이 딱 붙어 무어라 얘기할 수 없었다. 점심까지 굶고 뛰어다닐 땐 언제고. 풀이라도 바른 듯 굳은 입술만 앞니로 잘근잘근 씹던 정우영이 결국 어색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잔을 채우려 소주병을 들었을 때, 내내 말도 없이 동기의 주정을 들어주던 최산이 손을 뻗어 정우영의 팔 언저리를 붙잡았다.
已经不知道这是第几杯了。因为来得晚,桌上的几个人已经回家了,剩下的人也都不太清醒。迟到的郑友荣和适量饮酒的崔伞,只有他们两个还清醒地握着空杯子。郑友荣听着崔伞均匀的呼吸声,再次用拳头敲了敲心口附近。崔伞不说话,啤酒屋很吵,郑友荣的嘴唇紧闭,什么也说不出来。中午还在饿着肚子跑来跑去的时候。郑友荣像涂了胶水一样紧闭的嘴唇被前牙咬得咯吱作响,最终无法忍受尴尬的气氛,拿起烧酒瓶准备倒酒时,一直默默听着同事醉话的崔伞伸手抓住了郑友荣的手臂。
둘 사이에 찰나의 정적이 돈다. 정우영은 테이블에 고개를 박은 채 무어라 중얼거리는 동기를 한 번, 팔을 붙잡은 채 가만 바라보는 최산을 한 번 보고는 병을 내려두었다. 왜, 하고 퉁명스럽게 물어보고 싶은데 꾹 다물린 입술은 벌어질 생각을 않았다.
两人之间弥漫着一瞬间的静默。郑友荣看了一眼把头埋在桌子上喃喃自语的同事,又看了一眼抓着他胳膊静静注视着他的崔伞,然后放下了瓶子。他想要冷冷地问一句“为什么”,但紧闭的嘴唇却没有要张开的意思。
“가자.” “走吧。”
퍽 자연스러운 말투였다. 마치 신경 쓰고 있는 건 정우영 혼자라는 듯, 최산은 덤덤한 말투로 얘기하며 끝난 술자리의 마무리를 지었다. 뻗은 동기들의 핸드폰에서 적당한 사람을 골라 부르고 계산을 나눌 정신은 아닌 것 같아 최산이 대신 계산했다. 정우영은 그러는 와중에도 입을 꾹 닫은 채 비틀거리는 동기들을 깨워 일으키는 게 전부였다.
颇为自然的语气。仿佛只有郑友荣一个人在意似的,崔伞用平淡的语气结束了这场酒局。因为喝醉的同事们已经没有精神去找合适的人来分摊账单,崔伞代替他们结了账。郑友荣在这过程中也只是紧闭着嘴唇,摇醒那些摇摇晃晃的同事们,让他们站起来。
정우영과 최산은 나란히 호프집을 나와 나란히 길을 걸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몇 번이고 서로가 옆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기는 어색하기만 했고, 정우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만 보고 걸었다. 덜 녹은 눈이 질척거리는 길은 사람들이 지나다닌 곳만 겨우 걸을 수 있었기에 둘의 거리는 좁았고, 마침 내려다본 길을 걷는 신발은 눈에 익은 것이었다. 정우영의 생일선물과 최산의 생일선물. 사소한 것 하나에도 녹아든 서로가 우습고, 속이 쓰리다. 번갈아 움직이는 신발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우영은 모르는 척 고개를 들고 하아, 한숨을 토해냈다. 술기운은 살을 에는 차가운 바람에 진작 깬 지 오래였고,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지고 있었다.
郑友荣和崔伞并肩走出酒馆,并肩走在路上。尽管从中学时代起他们就多次坐在彼此身边,但空气依然尴尬,郑友荣低着头只看着地面走路。未完全融化的雪让路面变得泥泞不堪,只有人们走过的地方才能勉强行走,因此两人的距离很近,正好低头看到的鞋子是熟悉的。郑友荣的生日礼物和崔伞的生日礼物。即使是微不足道的小事也渗透着彼此的影子,既可笑又心酸。郑友荣静静地看着交替移动的鞋子,假装不在意地抬起头,叹了口气。酒劲早已被刺骨的寒风吹醒,反而让他更加清醒。
왜…. 내내 다물고 있던 입술은 그제야 달싹이며 목소리를 낸다. 갑작스레 걸음을 멈춘 정우영에 최산은 서너 걸음을 더 가서야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최산에 다시금 양심이 이리저리 비틀린다. 진짜 나올 것도 없는데, 더는 안 나올 텐데. 주먹을 동그랗게 말아쥔 채로 명치 언저리를 툭툭 두드린 정우영이 와그작 인상을 구긴 채 말을 이었다.
为什么……一直紧闭的嘴唇终于微微张开,发出了声音。突然停下脚步的郑友荣让崔伞走了三四步才停下来回头看。崔伞的脸上依旧是一副若无其事的表情,这让郑友荣的良心再次左右摇摆。真的没有什么要说的了,真的不会再说了。郑友荣紧握成拳的手轻轻敲打着心口,皱着眉头继续说道。
“왜 가는데?” “为什么要走?”
“…….” “……”
“나중에 가도 되는 거잖아. 갑자기 이렇게 가면 꼭….”
“以后去也可以的嘛。突然这样去的话一定……”
내가 쓰레기 같잖아. 작게 중얼거리며 덧붙은 말에 딱히 틀린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정우영은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못한 채 최산을 응시했다. 맞닿은 시선은 평소와 다를 게 없다. 언제나와 같은 눈은 올곧았고, 매번 정우영을 눈에 담는다. 모질게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닿아온 눈빛의 의미는 선명했다.
我就像个垃圾。小声嘟囔着补充道,郑友荣不禁露出不悦的神色,盯着崔伞。对视的目光和平时没有什么不同。那双眼睛一如既往地坚定,总是把郑友荣放在眼里。尽管残忍地划清了界限,但那目光的意义依然清晰。
우리가 달라질 필요는 없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냥…. 더는 이어지지 못한 말이 조용히 입 안으로 먹혀든다. 듣는 이에 따라 다를 거라 생각은 했으나 정우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전처럼 돌아가자는 말 하나에도 벌벌 떠는 정우영이나 고작 그 말 하나 들었다고 뚝뚝 눈물을 흘리는 최산이나, 정우영은 그 어떠한 것도 이해할 수 없어 다시금 양심통을 느꼈다. 왜 네가 그래. 들려오는 목소리 속에 물기가 차가운 겨울에 얼어 매섭게만 느껴진다. 날카로운 선단은 며칠이고 쥐어짜여 너덜너덜한 정우영의 양심을 찔렀다.
我们不需要改变。就像一直以来那样……再也说不下去的话静静地吞回了嘴里。虽然觉得听的人会有不同的理解,但郑友荣无法理解。无论是听到“回到以前”这句话就瑟瑟发抖的郑友荣,还是仅仅听到这句话就泪流满面的崔伞,郑友荣都无法理解任何事情,再次感到良心的痛苦。为什么你会这样。在传来的声音中,湿气在寒冷的冬天里冻结,显得格外刺骨。锋利的尖端刺痛了几天来被压榨得破烂不堪的郑友荣的良心。
“나만 너 좋아하잖아.” “只有我喜欢你。”
나 혼자 정리할 문제인데, 왜 네가 그래. 그 날과 마찬가지로 최산은 말 한 번 더듬지 않고 얘기했으며, 정우영은 최산을 달래지 못했다. 다시금 날 선 물기가 차게 얼어 양심을 쿡 찔러온다. 그제야 너덜너덜한 양심에서 뚝뚝, 무언가 흘렀다.
这是我一个人要解决的问题,为什么你要这样。和那天一样,崔伞说话时没有一丝犹豫,而郑友荣却无法安抚他。再次感到那锋利的寒意刺痛了良心。直到那时,破碎的良心才开始滴落,流出某种东西。
토할 것 같은데. 정우영은 일렁이는 속을 달래기 위해 몇 번이고 마른침을 삼킨 후에야 멈추었던 걸음을 내디뎠다. 한 걸음, 두 걸음. 최산이 앞섰던 걸음을 따라잡고 티셔츠의 소매를 늘렸다. 우는 사람을 달래는 건 어렵지만 그렇게 모질게 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을 밀어내지 못하는 최산이 더 어려웠다. 단순히 호프집에서 안주 없이 마신 술 때문은 아닐 터였다. 다시금 고개를 숙여 최산의 신발을 바라보던 정우영이 입 안 여린 살을 씹었다.
好像要吐了。郑友荣为了安抚翻腾的胃,几次咽下干涩的口水后,才迈出了停下的脚步。一步,两步。追上了崔伞先前的步伐,拉了拉他的 T 恤袖子。安慰哭泣的人很难,但即使被这样无情对待也无法推开一次的崔伞更难。并不仅仅是因为在酒馆里没吃下酒菜而喝的酒。再次低头看着崔伞的鞋子,郑友荣咬了咬嘴里的嫩肉。
“혹시 모르잖아.” “或许不知道呢。”
“…….” “……”
천천히 고개를 들고 우는 얼굴을 가만 눈에 담으면, 늘린 소매로 물기를 닦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빨갛게 언 볼에는 다시금 길이 났다. 토할 것 같아.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간 이는 기어코 여린 살에 상처를 낸다. 혀로 가만히 상처를 건드리던 정우영이 다시금 울컥, 일렁이는 속을 겨우 참아내고 말을 이었다.
慢慢抬起头,看到哭泣的脸,尽管用拉长的袖子擦去了泪水,但红肿的脸颊上又一次留下了泪痕。感觉要吐了。无意识地用力,最终在柔嫩的皮肤上留下了伤痕。郑友荣用舌头轻轻触碰伤口,再次忍住翻涌的情绪,继续说道。
“이게 사랑일 수도 있잖아.” “这可能就是爱。”
겨우 유지하던 유리 하나가 와르르 무너진다.
终于维持的玻璃突然崩塌。